"모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에"가 아직 정립되지도 않은 1980~1990년대부터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모에"가 컴퓨터와 인터넷상에서 퍼지기 시작한건 컴퓨터의 발전과 같이 1990~1994년정도지만 "모에" 라는 개념은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있었다. 오타쿠란 단어가 아직 일본에서 히라가나로 쓰여지던 1980년대 후반, 오타쿠 시장은 지금처럼 성인 오타쿠들을 노린 소비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모에"라는 단어가 정립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모에"문화와 비슷하게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미소녀캐릭터를 위시한 소비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예를들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나 "시끌별 녀석들", "란마 1/2" 같은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이나 "발키리의 전설" 같은 게임에서 현대의 "모에"같은 개념은 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작품에 등장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은 각각의 관련상품 (드라마시디, 캐릭터송이나 캐릭터 굿즈 같은것)들을 가지고 있었고, 다양한 동인지에서도 활약하였다.
당시의 오타쿠들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출연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을 단지 해당 작품(혹은 원작)에서 설정된 이미지보다는 관련 상품이나 동인지를 통해 그 캐릭터의 이미지를 자신의 환상(이른바 동인설정)에 맡기는 것을 즐겼다. 이러한 소비문화에는 눈이 크고(눈깔괴물) 현실의 여자아이같지 않은, 애니메이션 도안의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가 적합했다.
사실적으로 아름다운 작화나 미국식 작화로 만들어진 미소녀 캐릭터는 당시엔 아직 유명하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다. "모에" 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오타쿠들의 취향은 "아름다운" 캐릭터 보다는 "귀여운"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이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서도 원작과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동인 설정을 만들고 상상 속에서 즐기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오타쿠 문화에도 그대로 인계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오타쿠들의 그 취향과 속성이 명확해졌다. 예를들어 당시 컴퓨터 성능을 극복하고 출시된 성인용 미소녀 게임의 세계에서는 한때 극화터치 혹은 사실적인 작화의 캐릭터는 도태되고 눈이 크고 코가 거의 없는 귀여운 소녀, 현재의 그 미소녀 캐릭터에 가까운 도안이 확립되어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도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마법기사 레이어스" 같은 작품을 위시한 눈이 크고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가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원래 이런 도안의 캐릭터는 여성 오타쿠를 겨낭하고 만들어졌지만) 남성 오타쿠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1990년대 대유행한 대전격투게임 분야에서도 이런 미소녀 캐릭터가등장하기 이르렀다.
당시의 캐릭터들은 현실의 아이돌 사진을 끌어다 쓰거나, 소녀만화같이 펜터치가 적고 의외로 심플한 디자인의 캐릭터가 많았으나 그 배후설정이나 세팅이 과도할정도로 넘쳐흘렀다. 따라서 그때 당시의 순정만화 캐릭터들과 비교하자면, 90년대의 눈이 큰 미소녀 캐릭터들은 단지 그 귀엽고 간단한 외모뿐만이 아니라(특히 게임에 등장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에게서 이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그 캐릭터의 심정과 행동묘사도 간단하고 간결한 것이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적힌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정독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간단한 설정 대신 쓸데없이 과도하게 많은 동인설정이나 원작에서 설명되거나 보여주지 않은 여러가지 파라미터를 제공해 개개인의 상상력을 밀여붙일 여지가 컸고, 원작의 그 캐릭터를 뼈대삼아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주류였다. 즉, 그때의 미소녀 캐릭터들은 MAD나 동인지 같은 2차창작을 하기 쉬운 캐릭터들이였고, 이는 1980년대 말 오타쿠들의 소비문화, 캐릭터의 설정을 자신의 상상력에 맡겨 즐기는 것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1990년대 후반, 미소녀 캐릭터는 그 원작의 뼈대를 소재로 개개인의 상상력과 욕망의 의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즈화 되기 시작했으며 원래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설정보다 동인계의 의해 붙여진 동인설정을 토대로 한 소비문화가 등장하고 오타쿠들 사이에 이런 문화가 서서히 정착하기 시작했다. "모에" 라는 어휘가 오타구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건 이때 즈음이다.
"모에" 라는 단어는 1990년대 초반에 가끔 보엿지만 1995년이 지나고 나서야 오타쿠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단어가 어디서부터 파생되어져 왔는지에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그 뿌리가 어디이던 이 어휘는 오타쿠들 사이에서 "미소녀 캐릭터의 대한 사모(思慕) 가 멈추지 않을 때" 정도로 인식되었다. 이는 현대에서 정립된 "모에" 의 용법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현실의 여성은 물론이요, 2D그림의 불과한 미소녀 캐릭터에게도 부끄러움을 탄 당시의 오타쿠들 사이에서 "모에" 라는 어휘는 자신의 감정을 적당히 얼버무려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직접적으로 "(캐릭터와) 사귀고 싶어",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 보다 "모에하다" 라는 애매모호한 수사를 사용하면 조금 덜 부끄러울뿐만 아니라 "이 미소녀 캐릭터는 누구의 것인가" 하는, ~~는 내 신부! 같은 사소한 마찰을 피하기에도 적합했다. 이것이 바로 "모에"라는 단어가 오타쿠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진 이유이다. 대중에게 섹슈얼한 어필을 하기엔 아직 그런 시절, 미소녀 캐릭터의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던 그때의 오타쿠들에게 그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수사는 "모에" 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 들어 사실적인 작화의 아름다운 캐릭터들보다는 눈이 크고 귀여워 보이는 캐릭터들의 우세는 거의 확정되었으며, "모에" 라는 표현도 그러한 미소녀 캐릭터들에게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라는 최소한의 설정 이외에는 아직 모든것이 시행착오 단계였다. 여고생이나 무녀, 간호사 같은 외관상의 특징이나 소꿉친구나 쿨뷰티같은 성격상 특징같은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갖춘 미소녀 캐릭터들이 오타쿠들을 겨냥하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시행착오의 결과로 여고생, 소꿉친구, 메이드나 여동생 같은 속성(혹은 특징)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 다음 세대에도 계승되어갔다. 게임 "도키메키 메모리얼" 이나 "동급생"같은 작품이 이런 오타쿠 흐름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때 당시의 캐릭터들은 현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모에"하기는 힘들었지만, 이후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들의 원형이 되는 몇가지 특징들은 제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1990년 후반, 이 "모에" 는 그 임계점을 넘어 오타쿠계에서 하나의 커다란 열풍을 일으켰다. 현대 오타쿠 컨텐츠의 대량 유통과 대량 소비가 본격화된 시대도 이 때이며, 전에부터 있던 '고참'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에반게리온"같은 작품을 통해 '신병'오타쿠들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이다. 코믹 마켓의 참가자가 40만명을 돌파한 것도 이 시기였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기동전함 나데시코", "카드캡터 체리" 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이 대히트를치고 관련상품과 동인지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미소녀 연애 게임계열에서도 현재 주력 미소녀 게임 형식인 '비쥬얼 노벨' 시스템이 개발되어 "To Heart", "카나", "Air" 같은 작품이 시중에 공개되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진보는 가정용 게임 시장에서도 이 "갸루게"라는 전연련층의 미소녀 게임 장르를 확립시켜, 어디 지방의 게임판매처에서도 이런 갸루게를 구할 수 있었다. "모에" 가 오타쿠들 사이에서 완전한 MAJOR 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 이 때 즈음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모에열풍의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컴퓨터의 진보와 그의 따른 게임의 발전; 윈도우즈 95의 발매와 컴퓨터의 저가화, 인터넷의 보급과 세가 세턴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같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배경에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모에"를 위한 미소녀 게임 컨텐츠들은 컴퓨터를 통해 그 미소녀의 예쁜 외형을 깨끗히 그려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PC-9800이나 초기 DOS 컴퓨터에서는 그러한 제약을 돌파할 수 없었다. 더구나 게임을 한번 하려면 DOS 의 대해 알고 있었어야만 했고, 한번 게임을 바꿀 때마다 재부팅을 하고 컴퓨터 설정을 바꾸어 주어야 하는 등 게임 입문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1995년 윈도우즈 95를 위시한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은 그러한 제약을 없에주었다. 이 PC/AT의 보급은 컴퓨터를 잘 알고 있는 엘리트들만 즐길 수 있는 오타쿠 문화를 순식간에 간단한 조작만으로 누구나 미소녀 캐릭터를 만날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같은 동시대의 가정용 게임기가 이러한 "모에" 게임을 하는대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던것도 모에열풍을 이끈 이유이다. 한때 수백만원짜리 기계였던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야만 즐길 수 있던 컨텐츠가 순식간에 몇십만원선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엄청난 가격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이리하여 미소녀 컨텐츠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시대가 막을 열었다. 소위 "팔리는 캐릭터", "모에하기 쉬운 캐릭터"들이 정립되자 판매자들은 모에해버리기 쉬운 특성이나 모에하기 쉬운 스토리같은것을 넣어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 일반화 되었고 소비자인 오타쿠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 자신이 원하는 속성의 캐릭터에게 "모에"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있는 모에속성만 조합하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은 단지 여기저기 특성만 결합하고 대충 귀엽게 그린 캐릭터들, 소위 조립식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조악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인기있다는 모에속성만 기계적으로 결합한 거 같은, 어디선가 본거 같은 캐릭터가 이상환 작화로 나오는등, 이러한 작품은 1990년대 후반의 모에열풍을 서서히 악화, 그리고 약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런 조악한 퀄리티의 작품이 범람하기 시작한 1998년에서 2000년사이, 이미 오타쿠 시장은 이러한 작품들로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작품중 하나의 좋은 작품을 찾아내기 힘들어졌다. 더군다나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의 보급으로 이 "모에" 열풍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모에" 문화는 오타쿠들의 의식 속에선 이미 문화적 MAJOR 로 확고히 자리잡았고 이는 현대의 "모에"에도 계승된다.
인용할 때에는:
(MLA) Shirokuma., (Japanese text) Understanding of Moe-oriented Otaku Culture: Historical Approach. June 15, 2009. Retrieved from <http://shirokumaice.sakura.ne.jp/>. Translated by Mizuhara Nayoko on December 30, 2010.
"모에"가 컴퓨터와 인터넷상에서 퍼지기 시작한건 컴퓨터의 발전과 같이 1990~1994년정도지만 "모에" 라는 개념은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있었다. 오타쿠란 단어가 아직 일본에서 히라가나로 쓰여지던 1980년대 후반, 오타쿠 시장은 지금처럼 성인 오타쿠들을 노린 소비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모에"라는 단어가 정립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모에"문화와 비슷하게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미소녀캐릭터를 위시한 소비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예를들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나 "시끌별 녀석들", "란마 1/2" 같은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이나 "발키리의 전설" 같은 게임에서 현대의 "모에"같은 개념은 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작품에 등장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은 각각의 관련상품 (드라마시디, 캐릭터송이나 캐릭터 굿즈 같은것)들을 가지고 있었고, 다양한 동인지에서도 활약하였다.
당시의 오타쿠들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출연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을 단지 해당 작품(혹은 원작)에서 설정된 이미지보다는 관련 상품이나 동인지를 통해 그 캐릭터의 이미지를 자신의 환상(이른바 동인설정)에 맡기는 것을 즐겼다. 이러한 소비문화에는 눈이 크고(눈깔괴물) 현실의 여자아이같지 않은, 애니메이션 도안의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가 적합했다.
사실적으로 아름다운 작화나 미국식 작화로 만들어진 미소녀 캐릭터는 당시엔 아직 유명하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다. "모에" 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오타쿠들의 취향은 "아름다운" 캐릭터 보다는 "귀여운"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이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서도 원작과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동인 설정을 만들고 상상 속에서 즐기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오타쿠 문화에도 그대로 인계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오타쿠들의 그 취향과 속성이 명확해졌다. 예를들어 당시 컴퓨터 성능을 극복하고 출시된 성인용 미소녀 게임의 세계에서는 한때 극화터치 혹은 사실적인 작화의 캐릭터는 도태되고 눈이 크고 코가 거의 없는 귀여운 소녀, 현재의 그 미소녀 캐릭터에 가까운 도안이 확립되어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도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마법기사 레이어스" 같은 작품을 위시한 눈이 크고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가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원래 이런 도안의 캐릭터는 여성 오타쿠를 겨낭하고 만들어졌지만) 남성 오타쿠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1990년대 대유행한 대전격투게임 분야에서도 이런 미소녀 캐릭터가등장하기 이르렀다.
당시의 캐릭터들은 현실의 아이돌 사진을 끌어다 쓰거나, 소녀만화같이 펜터치가 적고 의외로 심플한 디자인의 캐릭터가 많았으나 그 배후설정이나 세팅이 과도할정도로 넘쳐흘렀다. 따라서 그때 당시의 순정만화 캐릭터들과 비교하자면, 90년대의 눈이 큰 미소녀 캐릭터들은 단지 그 귀엽고 간단한 외모뿐만이 아니라(특히 게임에 등장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에게서 이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그 캐릭터의 심정과 행동묘사도 간단하고 간결한 것이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적힌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정독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간단한 설정 대신 쓸데없이 과도하게 많은 동인설정이나 원작에서 설명되거나 보여주지 않은 여러가지 파라미터를 제공해 개개인의 상상력을 밀여붙일 여지가 컸고, 원작의 그 캐릭터를 뼈대삼아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주류였다. 즉, 그때의 미소녀 캐릭터들은 MAD나 동인지 같은 2차창작을 하기 쉬운 캐릭터들이였고, 이는 1980년대 말 오타쿠들의 소비문화, 캐릭터의 설정을 자신의 상상력에 맡겨 즐기는 것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1990년대 후반, 미소녀 캐릭터는 그 원작의 뼈대를 소재로 개개인의 상상력과 욕망의 의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즈화 되기 시작했으며 원래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설정보다 동인계의 의해 붙여진 동인설정을 토대로 한 소비문화가 등장하고 오타쿠들 사이에 이런 문화가 서서히 정착하기 시작했다. "모에" 라는 어휘가 오타구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건 이때 즈음이다.
"모에" 라는 단어는 1990년대 초반에 가끔 보엿지만 1995년이 지나고 나서야 오타쿠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단어가 어디서부터 파생되어져 왔는지에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그 뿌리가 어디이던 이 어휘는 오타쿠들 사이에서 "미소녀 캐릭터의 대한 사모(思慕) 가 멈추지 않을 때" 정도로 인식되었다. 이는 현대에서 정립된 "모에" 의 용법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현실의 여성은 물론이요, 2D그림의 불과한 미소녀 캐릭터에게도 부끄러움을 탄 당시의 오타쿠들 사이에서 "모에" 라는 어휘는 자신의 감정을 적당히 얼버무려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직접적으로 "(캐릭터와) 사귀고 싶어",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 보다 "모에하다" 라는 애매모호한 수사를 사용하면 조금 덜 부끄러울뿐만 아니라 "이 미소녀 캐릭터는 누구의 것인가" 하는, ~~는 내 신부! 같은 사소한 마찰을 피하기에도 적합했다. 이것이 바로 "모에"라는 단어가 오타쿠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진 이유이다. 대중에게 섹슈얼한 어필을 하기엔 아직 그런 시절, 미소녀 캐릭터의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던 그때의 오타쿠들에게 그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수사는 "모에" 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 들어 사실적인 작화의 아름다운 캐릭터들보다는 눈이 크고 귀여워 보이는 캐릭터들의 우세는 거의 확정되었으며, "모에" 라는 표현도 그러한 미소녀 캐릭터들에게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라는 최소한의 설정 이외에는 아직 모든것이 시행착오 단계였다. 여고생이나 무녀, 간호사 같은 외관상의 특징이나 소꿉친구나 쿨뷰티같은 성격상 특징같은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갖춘 미소녀 캐릭터들이 오타쿠들을 겨냥하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시행착오의 결과로 여고생, 소꿉친구, 메이드나 여동생 같은 속성(혹은 특징)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 다음 세대에도 계승되어갔다. 게임 "도키메키 메모리얼" 이나 "동급생"같은 작품이 이런 오타쿠 흐름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때 당시의 캐릭터들은 현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모에"하기는 힘들었지만, 이후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들의 원형이 되는 몇가지 특징들은 제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1990년 후반, 이 "모에" 는 그 임계점을 넘어 오타쿠계에서 하나의 커다란 열풍을 일으켰다. 현대 오타쿠 컨텐츠의 대량 유통과 대량 소비가 본격화된 시대도 이 때이며, 전에부터 있던 '고참'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에반게리온"같은 작품을 통해 '신병'오타쿠들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이다. 코믹 마켓의 참가자가 40만명을 돌파한 것도 이 시기였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기동전함 나데시코", "카드캡터 체리" 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이 대히트를치고 관련상품과 동인지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미소녀 연애 게임계열에서도 현재 주력 미소녀 게임 형식인 '비쥬얼 노벨' 시스템이 개발되어 "To Heart", "카나", "Air" 같은 작품이 시중에 공개되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진보는 가정용 게임 시장에서도 이 "갸루게"라는 전연련층의 미소녀 게임 장르를 확립시켜, 어디 지방의 게임판매처에서도 이런 갸루게를 구할 수 있었다. "모에" 가 오타쿠들 사이에서 완전한 MAJOR 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 이 때 즈음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모에열풍의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컴퓨터의 진보와 그의 따른 게임의 발전; 윈도우즈 95의 발매와 컴퓨터의 저가화, 인터넷의 보급과 세가 세턴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같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배경에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모에"를 위한 미소녀 게임 컨텐츠들은 컴퓨터를 통해 그 미소녀의 예쁜 외형을 깨끗히 그려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PC-9800이나 초기 DOS 컴퓨터에서는 그러한 제약을 돌파할 수 없었다. 더구나 게임을 한번 하려면 DOS 의 대해 알고 있었어야만 했고, 한번 게임을 바꿀 때마다 재부팅을 하고 컴퓨터 설정을 바꾸어 주어야 하는 등 게임 입문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1995년 윈도우즈 95를 위시한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은 그러한 제약을 없에주었다. 이 PC/AT의 보급은 컴퓨터를 잘 알고 있는 엘리트들만 즐길 수 있는 오타쿠 문화를 순식간에 간단한 조작만으로 누구나 미소녀 캐릭터를 만날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같은 동시대의 가정용 게임기가 이러한 "모에" 게임을 하는대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던것도 모에열풍을 이끈 이유이다. 한때 수백만원짜리 기계였던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야만 즐길 수 있던 컨텐츠가 순식간에 몇십만원선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엄청난 가격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이리하여 미소녀 컨텐츠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시대가 막을 열었다. 소위 "팔리는 캐릭터", "모에하기 쉬운 캐릭터"들이 정립되자 판매자들은 모에해버리기 쉬운 특성이나 모에하기 쉬운 스토리같은것을 넣어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 일반화 되었고 소비자인 오타쿠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 자신이 원하는 속성의 캐릭터에게 "모에"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있는 모에속성만 조합하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은 단지 여기저기 특성만 결합하고 대충 귀엽게 그린 캐릭터들, 소위 조립식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조악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인기있다는 모에속성만 기계적으로 결합한 거 같은, 어디선가 본거 같은 캐릭터가 이상환 작화로 나오는등, 이러한 작품은 1990년대 후반의 모에열풍을 서서히 악화, 그리고 약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런 조악한 퀄리티의 작품이 범람하기 시작한 1998년에서 2000년사이, 이미 오타쿠 시장은 이러한 작품들로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작품중 하나의 좋은 작품을 찾아내기 힘들어졌다. 더군다나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의 보급으로 이 "모에" 열풍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모에" 문화는 오타쿠들의 의식 속에선 이미 문화적 MAJOR 로 확고히 자리잡았고 이는 현대의 "모에"에도 계승된다.
인용할 때에는:
(MLA) Shirokuma., (Japanese text) Understanding of Moe-oriented Otaku Culture: Historical Approach. June 15, 2009. Retrieved from <http://shirokumaice.sakura.ne.jp/>. Translated by Mizuhara Nayoko on December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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