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그러니까 모든 문제는 플라토가 소크라테스와 유티프로간의 대화를 적은 "Euthyphro" 라는 대화록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와 유티프로는 매우 흥미로운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현대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런데 말야 유티프로,
유티프로: 왜
소크라테스: 내가 잘 생각해봤는데
플라토가 글 쓰던 고대야 뭔말인지 알겠지만, 우리같은 현대인은 좀 알아듣기 어렵긴 합니다. 이걸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쉽게 변형시켯더니 난제가 나왔는데요, 이렇게 나옵니다.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존재한다면, 신은 그것이 이미 옳은 것을 하라고 명령한 걸까, 아니면 신은 항상 3
옳으니 신이 명령하면 옳게 되는걸까? 그런데 만약 신이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된다면, 인간인
우리와 다를게 없지 않지 않나? 그럼 결국 신의 존재는 필요 없지 않아?
쉽게 변형시켜도 못알아듣겠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쉽게 한줄로 요약해 드리죠
신은 옳은 일을 하라고 한 걸까 아니면 신이 하라 그러면 그게 옳은 일이 되는걸까?
설명
이 딜레마는 두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첫번째 - "신은 옳은 것을 하라고 한 걸까" 이고, 두번째는
"신이 하라그러면 옳은 일이 되는걸까" 입니다. 첫번째 파트는 신의 위대함의 대한 정의를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구요, 두번째는 신의 귀차니즘 (꽤 골치아픕니다 이거) 의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파트별로 자세히 설명하자면,
파트1: 신이 옳은 것을 하라고 했다면, 도덕적인 옳과 그름은 신이 따라야 하는 개념이 아닌가? 신은 항상 위대한
존재여야 하는데, 그 위대한 존재마저 따라야 하는 개념이 있다면 신은 결론적으로 위대한 존재가 아닌거잖아?
파트2: 신이 명령하면 전부 옳게 된다면, 신이 그냥 아무거나 짚고 "야 저거 해" 그럼 모든것이 도덕적으로 옳게
되는거잖아?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은 것은 사실 아무 이유따위가 없이 그냥 신이 대충
정하고 나서 저거 해 라고 했으니까 옳게 된걸까? 만약 신이 미쳐서 살인은 좋은것이다! 하면 우리는 살인을
해야 하는걸까?
해석
플라토가 저 명제를 내놓았을 때 부터 지금까지 몇천년동안 수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달라붙어 답을 내려고
낑낑대어 왔습니다. 답이 나온것은 꽤 오래되지 않았을 정도로 심각한 딜레마지요. 일단 신을 믿는 사람들의 "신은
위대하니까" 라는 변명이 적절한 이유가 없다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위에 설명에서 간단히 짚었듯이, 신은
위대하다라는 유니버셜한 변명을 근본부터 씹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우 많은 신학자들이 멘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꽤 많은 수의 신자들은 이 딜레마를 듣고 바로 답을 내긴 할텐데요, 거의 다 "우리 야훼님이 그럴리 없어!"
라고 생떼를 쓰는 정도밖에 안되겠죠. 뭐 신자 수준에서는 당연히 나올만한 답이긴 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말
자체에 있죠. 한낱 인간인 신도가 어떻게 감히 신이 무엇을 할건지 그리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우리 야훼님이 그럴리 없다고 단정짓는거죠?
이렇게 또다른 문제가 나오는데요, 거기에 답이라고는 있긴 합니다. "야훼는 항상 옳으니까" 지요. 다만 이 주장은
딜레마로 다시 돌아가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습니다. 당장 딜레마 그 자체가 신이 항상 옳은지의 대한 정면도전인데, 그걸 다시 말해봣자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는다는거죠.
간단히 루프를 돌려보자면,
신은 옳을까? → 신은 위대하니까 → 아닐수도 있는데 → 나의 신은 그럴리 없어
↑ ↓
신은 항상 옳을까? (루프) ← 그래도 신은 항상 옳으니까 ← 니주제에 신의 대해 뭘 안다고 깝침?
해설
꽤 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들은 오랜 기간의 연구와 고뇌 끝에 이 딜레마의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성 아우구스틴,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성 안셀무스의 해설이 있지요. 셋 다 살짝식 답이 다르긴 하지만, 답을 내놓게 된 실마리와 결론은 다 같습니다. 일단 세명 다 이 딜레마는 두가지 선택지 중 택일이 아니라 사실 선택지는 세가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구요, 이 증명을 통해 신은 항상 위대하다는 결론을 깔끔하게 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중 아퀴나스의 해설이 꽤 간지나는데요, 유티프로의 딜레마를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도덕의 옳고 그름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머물러야 하는데 이 딜레마에서는 형태를 갖춘 그 무언가라고 가정을
하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긴다고 하며 딜레마 자체를 무효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후에 이어지는 아퀴나스의 또다른
간지나는 이론으로 이어지는데요, 바로 신은 그 자체가 도덕의 기준이 된다는 말입니다. 신 그 자체가 도덕의 기준이 된다면 당연히 도덕적인 옳고 그름은 신의 소유가 되며 결론적으로 신보다 위에 있는 개념은 없다는 뜻이지요.
이 개념은 아퀴나스 전에도 성 아우구스틴과 성 안셀무스의 의해 주장되어 왔습니다. 적절히 쉽게 말하자면, 신은
선과 악,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이므로 이런 딜레마의 존재 자체가 무효라는거죠. 그 뒤로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의해 아퀴나스의 개념을 바탕으로 살을 덧붙이고 개량하여 이 딜레마는 완전히
꺠지게 됩니다.
예수쟁이
성 아우구스틴이나 토마스 아퀴나스같은 전문적(?) 이고 생각이 깊은 철학자가 신학자가 아니고서야 빠지기
굉장히 쉬운 딜레마이죠. 특히나 그 속의 뜻도 모르고 성경 구절, 기도문, 그리고 목사/신부가 행하는 의식에만
홀려 신앙심이 깊은 척 하는 예수쟁이들에게 들이대면 자기 스스로가 멘붕에 빠지게 되는 딜레마입니다. 당장
자기가 알고 있던 신의 위대함이 단순한 문장과 논리로 꺠지게 되거든요. 패시브 방어 스킬로 활용하면 됩니다.
끝맺음
필자의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이 딜레마는 교인들에게 빅엿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교인들의 신앙심과 생각을
시험하는 딜레마에 더 가깝습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당장 생각이 깊지 않다면 루프에 빠져서 헛돌게 되버리는
딜레마지요. 애초에 원본(?) 에 관련된 세 인물 (플라토, 소크라토스, 유티프로) 세명 다 철학자이면서 신학자임을
생각해보면 종교를 까자! 는게 아니라는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종교는 (굳이 기독교계열이 아니여도, 이슬람이나 FSM교같이 지적인 존재를 섬기는 종교) 매우 깊고 철학적인 교리를 바탕으로 하여 한 종교를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딜레마도 나오는 거구요. 자신이 종교를 공부하고 있거나, 종교인이거나 혹은 종교를 까고 싶다면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듯 받아들일 자세로 종교를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간단한 딜레마에도 속아 넘어가게 되지요.
참고자료
유티프로의 딜레마의 대한 한국어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대학에서나 도덕이나 윤리, 신학과 철학쪽을 배울 떄 잠깐 짚고 넘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언급도 없지요. 덕분에 이 글을 쓸 떄 참고한 자료는 안타깝게도 전부 영문입니다. 이 글을 잃고 이 딜레마의 대해 더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참고한 자료들도 읽어보시는게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글은 다음 자료들을 적당히 짜집기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거라 세세한 정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 양해 바랍니다.
http://carm.org/euthyphro-dilemma
http://www.str.org/articles/euthyphro-s-dilemma#.VGnfQPmsXxU
http://en.wikipedia.org/wiki/Euthyphro_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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